• 월간 노동법률 | 2019.12.23

    <긴급분석> 대법원 임금피크제 판결 :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근로계약의 효력

    이번 <이슈&리포트>는 최근 인사노무 실무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 관련 대법원 판결 분석리포트입니다.
    본 분석리포트는 <월간 노동법률> 2020년 1월호 게재될 영산대학교 방준식 교수님의 기고문을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Ⅰ. 사실관계
     
    (1) 1급 직급 근로자인 원고와 사용자인 피고는 2014년 3월경 기본연봉을 70,900,000원으로 정한 연봉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위 기본연봉을 월로 환산하면 월 기본급은 5,908,330원이 된다.

    (2) 피고는 2014년 6월 25일 피고 소속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인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이라 한다)을 제정-공고하였다. 이 사건 취업규칙은 연봉계약이 정하는 기본연봉에 복리후생비를 더한 총 연봉을 임금피크 기준연봉으로 정하고, 정년이 2년 미만 남아 있는 근로자에게는 임금피크 기준연봉의 60%, 정년이 1년 미만 남아 있는 근로자에게는 임금피크 기준연봉의 40%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3)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취업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다만 임금피크 기준연봉이 아니라 연봉계약의 기본연봉을 기준으로 하였다), 2014년 10월 1일부터 2015년 6월 30일까지는 정년이 2년 미만 남아 있다는 이유로 월 기본급을 3,545,000원(=5,908,330 × 0.6)으로, 2015년 7월 1일부터 2016년 6월 30일(원고의 정년퇴직일)까지는 정년이 1년 미만 남아 있다는 이유로 월 기본급을 2.363,330원(=5,908,330 × 0.4)으로 계산하고, 정직처분에 따른 감액 등을 고려하여 임금을 지급하였다.

    (4) 피고가 2014년 9월 23일 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 내역을 통지하자, 원고는 피고에게 임금피크제의 적용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한편 이 사건 취업규칙의 적용을 전후하여 원고의 업무내용이 변경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Ⅱ. 판결요지
     
    1. 기본법리
     
    (1)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 취업규칙에 최저기준으로서의 강행적-보충적 효력을 부여하여 근로계약 중 취업규칙에 미달하는 부분을 무효로 하고, 이 부분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게 함으로써,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다. 이러한 규정내용과 입법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

    (2) 한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은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관하여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집단적 동의를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한 것이다.

    (3) 그리고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위 규정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근로조건은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이러한 각 규정 내용과 그 취지를 고려하면, 근로기준법 제94조가 정하는 집단적 동의는 취업규칙의 유효한 변경을 위한 요건에 불과하므로, 취업규칙이 집단적 동의를 받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하는 근로조건 자유결정의 원칙은 여전히 지켜져야 한다.

    (4) 따라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변경된 취업규칙은 집단적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 부분에 우선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이 경우에도 근로계약의 내용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의 기준에 의하여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수 없으며,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없는 한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의 내용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2. 대법원의 판단

    이 사건 취업규칙은 임금피크제의 적용대상자가 된 근로자인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액을 60% 또는 40% 삭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연봉액에 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이 이 사건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취업규칙의 기준에 따라 이 사건 근로계약을 변경하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연봉액에 관하여 이 사건 취업규칙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우선하여 적용된다. 결국 이 사건 취업규칙에 대하여 과반수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근로계약은 유효하게 존속하고, 이 사건 취업규칙에 의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연봉액을 삭감할 수 없다.
     

    Ⅲ. 평석
     
    대상판결은 집단적 자치와 사적 자치의 관계에 관하여 상당히 많은 법적 쟁점을 담고 있는 판결이다. 일반인의 법감정에서 보면 대상판결은 결론에 있어서 타당할 수 있겠지만, 구체적인 법리검토를 해 보면 법적 안정성을 침해할 수 있는 무리한 판결임을 알 수 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1. 약관규제법상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의 적용가능성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규제법)상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이란 약관조항과 개별약정이 상충하는 경우 개별약정을 우선적으로 계약의 내용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약관은 당사자의 거래상의 편의를 위하여 이용되는 것일 뿐, 만일 당사자간의 특별한 약정, 즉 개별약정이 있는 경우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법률행위의 해석상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다.
    근로관계에서도 사용자가 다수의 근로자와 일일이 계약내용을 약정한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며, 또한 노사의 근로관계는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의 체결에 있어서 취업규칙을 이용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취업규칙이란 사용자가 다수의 개별적 근로관계를 통일적으로 규율함에 있어서 그 편의를 위하여 근로계약의 내용이 되는 사항과 복무규정 및 직장질서에 관한 사항을 정해 놓은 것으로서 그 법률상의 본질이 보통거래약관과 다를 것이 없다.
    결국 약관규제법상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은 약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취업규칙에도 유추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노동법상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약관규제법상 약관의 변경과는 입법목적에 있어서 차이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라는 집단적 동의절차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법원 판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고 할 경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집단적 동의를 받을 것을 요건으로 정한 것'이라는 근로기준법 제94조의 입법목적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약관규제법상의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은 노동법상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개별합의의 상충의 문제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2. 일본 노동계약법상 개별합의 원칙의 적용가능성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관계를 명확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노동계약법을 제정하여 근로조건의 결정이나 변경의 경우에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의 법적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을 통해 근로조건의 합리적 결정 및 변경을 촉진하고, 근로자보호와 개별근로관계의 안정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노동계약법의 목적이다.

    예를 들어 노동계약법 제7조 본문에서는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사용자가 합리적인 근로조건을 정하고 있는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주지한 경우에는, 근로계약의 내용은 그 취업규칙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동법 제8조에서는 "근로자와 사용자는 그 합의로 근로계약의 내용인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규정들은 사용자가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할 경우 반드시 근로자와 합의하는 개별합의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합의'란 사용자가 취업규칙에 의해 근로조건의 불이익변경을 할 경우 근로자가 동의하는 것도 포함한다.

    생각건대 일본의 노동계약법의 입법 취지는 대상판례와 같은 우리나라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본 노동계약법에서는 우리 근기법 제94조에서와 같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라는 집단적 동의절차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일본에서는 근로자와 합의를 통해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이 가능하다. 노동계약법 제9조 본문에서도 '사용자는 근로자와 합의하지 않고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근로계약의 내용인 근로조건을 변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 노동계약법상 관철되어 있는 개별합의의 원칙은 우리나라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는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3.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의 적용가능성
     
    근로기준법 제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한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미달하는'에 대한 반대해석에 따라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의 적용이 가능하게 된다. 즉,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지 않는'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원래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은 단체협약보다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는 독일 단체협약법의 규정에 따른 법리를 말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원칙에 따르면 취업규칙보다 근로계약이 근로자에게 유리하면 근로계약이 적용되는 것이다.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인정하는 견해는 집단적 자치는 개별근로자가 지니는 경제적 열세라는 한계를 집단의 힘으로 극복함으로써 실질적 대등관계를 회복케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하면서 집단적 자치는 사적 자치를 위하여 운영되는 제도일 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가 되지만,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게 된다.

    그러나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과 관련하여 무조건 적용할 수 없다고 본다. 왜냐하면 첫째, 취업규칙상 근로조건은 '집단적-통일적인 기준'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며, 둘째,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의 경우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라는 집단적 변경 법리가 입법적으로 확립되어 있고, 셋째, 만약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인정하여 개별근로자가 사용자와 근로조건에 관한 개별합의를 허용한다면 노동조합을 통해 보장되는 헌법상 근로3권의 의의가 몰각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4. 근로조건의 집단적 변경 법리의 적용가능성
     
    종래 대법원 판례는 '정년 단축을 내용으로 하는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해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는 절차적 하자가 없다면 개별근로자의 동의여부와 상관없이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여 근로조건의 집단적 변경의 법리를 채택한 바 있다. 즉 '정년퇴직연령을 단축하는 내용으로 취업규칙의 기존 퇴직규정을 변경하고 이에 관하여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던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경우 위 변경 개정은 적법-유효하므로, 일정 직급 이상으로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없지만 기존 퇴직규정의 적용을 받았던 근로자에게도 그의 개별적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보았다. 결국 근로자의 과반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해서는 조합원이든 비조합원이든 당연히 적용된다고 한 것이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러한 종래의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즉, 대상판결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통한 근로조건의 집단적 변경에 대해 우선적 적용을 배제하고, 개별근로자의 동의를 필요로 하거나 동의가 없는 경우 개별근로자의 유리한 근로계약을 우선하는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물론 대상판결이 나오기 전에도 이미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적용한 판례가 나온 바 있다. 즉, 근로계약에 약정수당의 지급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후에 취업규칙의 변경으로 그 약정수당을 폐지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취업규칙은 근로자의 근로조건과 복무규율에 관한 기준을 집단적-통일적으로 설정하기 위하여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인데 반해,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합의에 기초한 것이므로, 어떠한 근로조건에 관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각기 다르게 정하고 있다면, 취업규칙이 근로자에게 보다 유리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Ⅳ. 대상판결의 문제점
     
    대상판결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에 대해 개별근로자의 동의가 없는 경우 효력이 없다고 하여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을 인정한 판결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대상판결은 개별근로자의 유리한 근로계약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결론에 있어서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은 법적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만일 근로계약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경우, 개별근로자가 유리한 취업규칙의 변경내용을 합의하지 않았다면 마찬가지로 개별동의가 없었으므로 변경된 취업규칙의 근로조건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는가? 둘째,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 후 개별근로자가 동의한 경우와 동의하지 않은 경우에 각각 그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누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대해 동의하겠는가? 셋째, 만일 개별합의를 우선할 경우 사용자는 과반수 근로자, 특히 노동조합을 통한 집단적 동의절차를 진행하기보다는 개별근로자와의 합의를 통해 근로조건을 결정하게 될 것이고, 결국 집단적 근로조건 결정주체이자 전체 근로자의 대표성을 지닌 노동조합의 활동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헌법상 보장된 근로3권을 침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월간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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