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 2020-09-16

삼성 반도체서 일하다 희귀질환 걸린 노동자 ‘산재 인정’ 판결

법원, '요양 불승인 처분취소 청구' 소송서 산재 인정
"질병원인 등 규명 어려운 사정 노동자 요구는 부당"
출고일자 2018. 0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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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2018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과 반올림 농성장의 모습. 2018.07.23.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일하다 희귀 질환에 걸렸지만 발병 원인에 대한 연구가 없다는 이유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지 못한 노동자가 법원으로부터 산재 인정 판결을 받았다.

15일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행정법원은 '시신경척수염'이 발병한 노동자 A(41)씨가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 불승인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다.

앞서 A씨는 18세이던 1997년 7월 삼성 반도체 기흥사업장에 입사해 약 8년간 근무하다 2004년 5월 '급성 횡단성 척수염'이라는 병명의 진단을 받았다. 이후 '다발성경화증'으로 진단명이 변경됐고, '시신경척수염'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다.

시신경척수염은 매우 드문 중추 신경계 염증성 질환으로, 현재까지 발병의 원인과 치료법 등이 확인되지 않은 질병이다.

A씨는 2005년 8월 퇴사 후 2017년 9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다. 요양급여는 산재보험 가입자가 질병이나 부상으로 진찰·치료·수술·입원 등 요양한 경우 관련 비용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급여다.

하지만 공단은 이 질병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업무수행 중 노출된 유해 물질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으며 업무와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 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근무 환경을 구체적으로 살핀 후 20여년 전 근무 당시 작업 환경의 유해물질 노출 수준과 희귀 질환의 직업적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사정 등을 고려해 공단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근무 환경의 경우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는 여러 공정이 함께 있었음에도 작업 공간이 분리되지 않았고, 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공기 중에 계속 순환된 점, 호흡기 보호구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했다.

또 A씨의 근무기간 동안 유해물질 노출 수준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사측이 제출한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통해 그 수준을 가늠할 수밖에 없지만, 화학물질 취급업무 빈도 등을 고려해 노출 수준이 중대했을 것으로 봤다.

법원은 특히 시신경척수염의 직업적 발병 원인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지만,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을 고려할 때 질병 원인 등이 규명되지 않은 사정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24세에 이 진단을 받은 A씨는 질병의 원인을 스스로 밝혀야 했다"며 "증명 책임에 있어 열악한 지위에 있는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인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법원의 판결은 정당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어 "노동자들에게 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공단의 잘못된 관행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며 "공단은 판결을 수용하고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이제라도 A씨의 고통에 공감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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