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불법 파견' 고용부 산하기관 제동…파장 클 듯
산업안전보건공단 설립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조선대 산학협력단 위탁 운영
파견사업 허가 없이 센터 노동자들에 업무 지시·명령 '공단 직접 고용 의무'
전국에 센터 23곳…판결 확정될 경우 노동자 지위 확인 소송 이어질 가능성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불법 파견 형태로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직원을 고용한 것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공단이 파견 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위탁 기관인 센터를 업무상 지휘해 파견법을 위반한 만큼 노동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전국 센터의 노동자 지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법 제13민사부(재판장 송인경 부장판사)는 전직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사무국장 A씨가 산업안전보건공단을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주문을 통해 '산업안전보건공단은 A씨에게 고용 의사 표시를 하라'고 판시했다.
고용노동부 산하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광주를 비롯해 전국 23곳에 근로자건강센터를 설립, 민간 위탁 운영해왔다. 설립·운영 취지는 소규모(50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 보호·증진이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2013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7년 동안 조선대 산학협력단이 위탁 운영했다.
광주근로자건강센터는 지난해 계약직 직원들의 고용 문제를 이유로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사업을 중단했다. 센터 운영기관은 조선대 산학협력단에서 근로복지공단 순천병원으로 변경됐지만, 센터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조선대 산학협력단 소속으로 일했던 A씨도 위탁 업체가 바뀐 지난해 1월 1일 그만뒀다.
A씨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지휘·명령에 따라 일해왔다'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노동자 파견 사업 허가를 받지 않은 조선대 산학협력단으로부터 역무를 제공받아 파견법을 어긴 데다 실질적인 업무 지시까지 해온 만큼, A씨에게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다.
파견법 6조·7조는 파견 대상 업무·기간을 한정하고 허가받은 업체에만 노동자 파견을 허용한다. 실제 파견된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주가 지휘·명령 권한을 갖는다.
법 위반 시 파견 사업주가 직접 관련 근로자를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단 측은 근로자 파견 계약이 아닌 도급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조선대 산학협력단 간 위탁운영 계약은 불법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광주근로자건강센터 운영 지침과 성과 지표 항목 등을 종합하면,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센터에 구속력 있는 업무 지시를 상시로 했다. A씨도 직접 공단의 상시적·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아 일했다'고 봤다.
공단이 전국 근로자건강센터에 업무 수행 지침을 내린 점, 주간·월간 실적 확인과 종합 평가로 사업비를 차등 지급하며 센터 운영을 직·간접적으로 관리해온 점, 조선대 산단은 채용 역할만 하고 센터 운영에 필요한 독립적인 조직·설비를 갖추지 않은 점 등을 두루 고려한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가 실질적으로 공단의 지휘·명령을 받았고, 공단이 파견법을 위반한 만큼 파견법 제6조의2 제1항 제5호에 따라 A씨를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간접 고용·사업 중단 문제를 겪거나 고용이 불안한 다른 근로자건강센터에도 파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센터가 분소를 포함하면 전국 40여 곳에 이르고 다수의 종사자가 있어 노동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나온다.
한편 지역 노동계 일각에서는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증진할 책임이 있는 공단 측이 파견법을 어기고, 고용 책임을 저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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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 뉴시스
작성일 : 2021-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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