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면 쉴 권리'…백신 휴가로 커지는 '상병수당' 도입론
권고성 백신 휴가 무용지물…공적 보장제도 필요성↑
노동계 '아프면 쉴 권리 위해선 제도 법제화 시급해'
전문가 '선별적용은 제도 취지 퇴색…전면도입 검토'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모든 병원·돌봄노동자에게 백신접종 확대와 백신휴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1.03.2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백신 휴가의 실효성 논란 속 병가에 대한 소득을 보전해주는 상병수당 도입론이 힘을 얻고 있다.
노동계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사업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나 생계가 어려워 일을 계속해야 하는 이들까지도 백신 휴가와 같은 제도를 누리기 위해선 상병수당 법제화와 전면 도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9일 노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8일 '한국형 상병수당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운영 방안에 관한 총괄 연구' 자문단 회의가 처음으로 진행됐다.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진행한 회의에선 내년 시행을 앞둔 상병수당 시범 사업과 관련해 적용 대상, 급여 기준, 의료 인증 관련 쟁점 등에 대한 큰 틀의 방향과 계획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상병수당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질병, 부상 등으로 진료받는 기간 발생하는 소득 손실을 현금수당으로 보전해주는 공적 사회보장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에는 업무상 재해(산업재해)로 인한 질병과 부상에 대해서만 병가를 보장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 없는 부상이나 질병, 이로 인한 병가나 장기간 유급휴직에 관한 규정은 없다.
상병수당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등장하는 제도지만 그간 급여 수준이나 기간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없어 사실상 현장에서 쓰이지 못했다.
상병수당 법제화에 대한 움직임이 커진 데는 코로나19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아프면 3~4일 쉬기'를 권고했지만 현장에선 제대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택배 기사, 프리랜서 등 취약계층의 경우 일을 쉬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현실에 처해있어 이에 대한 호소도 잇따랐다.
특히 최근 정부가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 최대 2일간 백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휴가 사용 시 가급적 유급 휴가나 병가를 사용토록 권고하면서 상병수당의 도입론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권고성인 백신 휴가가 민간에서 제대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상병수당을 도입할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로 대상이 확대된다.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고 종사자에게), 프리랜서 등 고용 취약계층으로 여겨지는 이들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휴가 논의가 권고안으로 결론 나자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기관에서조차도 권고안 발표 전후 상황에 어떤 차이도 없게 됐다'면서 '한 달 전 1차 백신 접종 직후 병원 사업장에선 노동자들이 이상 반응으로 병가를 요청했다가 연차를 사용하라며 병가를 반려 당하는 일들이 왕왕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료기관마저도 이윤을 이유로 권고안을 무시당하는 마당에 병가 협약이 없는 5인 미만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특고 종사자에게 강제조항과 법제화 없는 유급휴가는 그림의 떡'이라며 '정부는 백신 접종을 호소만 하기 전 병원 인력 확보 계획과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유급 병가제도, 상병수당을 즉각 도입해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 한 관계자 역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러 가면서도 연차 사용을 강요당하는데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다고 휴가를 쓴다고 하면 어느 기업이 이를 허용해주겠느냐'며 '유급병가나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해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해 제도 시행을 앞당기는 동시에 제도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1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에는 상병수당 관련 급여산정방식, 최저급여 기준 설정 등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담겼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서둘러 마무리할 수 있다면 하반기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내년 전면 도입까지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병수당은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과 달리 특고 종사자에게, 플랫폼노동자도 지역가입자로 가입돼 있어 도입 시 지금과 같은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법적 보완없이 제도가 시행된다면 굉장히 모호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큰 만큼 입법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그간 시행령에 구체적 기준에 관한 내용이 없어 제도가 쓰이지 못했던 만큼 이를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회보장이란 제도의 취지를 살려 제도의 전면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구상하는 시범 사업은 취약계층 등 일부에 한해 운영될 예정이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위원장은 '상병수당 제도가 존재했더라면 백신 휴가를 제도 안에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필요성이 지난해부터 제기됐고 이미 일부 연구기관에서 제도 설계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 만큼 시행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상병수당 자체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제도인 만큼 대상을 선별해 시범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취지에 반하는 일'이라며 '대상 기준을 정해 단계적으로 늘려가는 방안 등을 구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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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 뉴시스
작성일 :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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