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외노조 통보 제도 34년 만에 사라진다...경영계는 '우려'
고용부, 개정 노조법 따른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교대노조 지위 유지기간 기존 2년으로 유지키로
타임오프 한도 '전체 조합원'→'현직'으로 명시
경영계 보완요구 대부분 미수용…'혼란 우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대법원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무효 판결로 사실상 효력을 상실한 '노조 아님' 통보 제도가 사라진다. 1988년 법외노조 통보 제도 설립 34년 만이다.
또 근로자대표의 노조 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 기준도 전체 조합원 수가 아닌 현직 조합원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17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노조 아님 통보 근거 삭제…근로시간면제 한도 '현직 조합원' 기준으로
이번 시행령 개정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7월6일 시행)에 따른 후속 조치다.
정부는 지난해 현 정부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앞서 국내법과 상충을 막기 위해 노조법을 개정했다. 개정 노조법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을 허용하고,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반영한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가 결격사유를 가질 경우 시정을 조치하고 이를 행하지 않을 경우 노조아님을 통보했던 제도의 근거(시행령 9조2항)를 없앴다. 1988년 4월 도입된 법외노조 통보제도가 폐지된 것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이 조항에 근거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단 노조에 결격 사유 발생 시 30일의 기간을 정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은 남겨놓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부에선 노조가 자신들의 결격사유를 모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사실을 인지토록 시정할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치'라며 '노조의 자격취소 등의 부분은 노조 설립신고제와 연계해 검토가 필요하고, 신고제를 어떻게 끌고 갈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정안은 또 근로시간면제 한도 배분 기준을 '전체 조합원'에서 '종사 근로자인 조합원'(현직 조합원)으로 변경했다. 타임오프 상한선 등을 정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운영 권한은 고용부 장관이 아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이관된다. 노사 자율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다.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조합원수 산정 기준은 현직 조합원으로 규정했다. 기존에는 교섭창구 단일화 시 필요한 조합원 수 기준을 '조합원'으로만 규정했지만 개정 노조법에 따라 '종사 조합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은 그간 연동됐던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최대 3년)과 달리 기존 2년으로 유지했다. 고용부는 교대노조 지위 유지기간을 3년으로 늘릴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소수노조의 교섭 요구권이 지나치게 위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정안은 개별교섭 시 신설노조의 교섭요구 시점에 대해서도 관련 규정을 보완했다. 앞으로는 사용자가 동의한 날을 기점으로 1년간 단협이 체결되지 못할 경우 교대노조 외 다른 노조도 개별교섭 요구가 가능하도록 해 신설노조의 교섭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부는 다음달 26일까지 입법예고를 통해 노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 경영계, 보완책 촉구했지만 대부분 수용 안돼…'현장 혼란 우려'
경영계에서는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영계는 그간 개정 노조법의 규정이 모호하다며 시행령을 통한 보완 장치 마련을 촉구했지만 대부분 요구가 수용되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을 노조 아님 통보 제도 폐지와 관련해 노조설립신고제도 보완 방안으로 노조가 결격 사유 발생 시 중앙노동위원회 의결을 얻어 노조 설립신고 접수를 취소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할 것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사실상 행정부처에서 노조의 결격사유에 대해 시정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셈인데, 경영계는 노조의 자격이나 적법성을 두고 산업 현장에서 노사 간 혼란은 물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고용부는 노조 설립 이후 자격취소 등의 부분은 노조 설립신고 제도와 닿아있는 만큼 입법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영계가 강하게 요구했던 해고자 등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 제한에 대한 보완책도 이번 시행령에선 빠졌다.
개정 노조법은 해고자나 실업자와 같은 비종사조합원도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장 내 노조활동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경총은 비종사조합원의 경우 사업장 출입과 시설 이용에 관해 규칙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사용자 사전 승인을 전제로 사업자 출입을 허용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경영계는 교대노조 지위 유지기간을 2년으로 유지한 것과 관련해서도 이로 인해 단체협약 유효기간(3년) 확대가 제기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계는 교대노조 지위 유지기간을 단협 유효기간과 동일한 3년으로 늘려줄 것을 줄곧 요구해왔다.
고용부 관계자는 '교섭대표 지위는 노조간 문제이고 단체협약은 노사간 협상의 문제로 제도의 취지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연동은 어려운 부분'이라며 '신설 노조가 3년간 지위를 유지하게 되면 그 이후 생긴 신설 노조나 지위를 얻지못한 소수노조가 교섭 요구까지 기다려야하는 만큼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한 것'이라고 했다.
경총 관계자는 '교섭대표 지위를 2년밖에 유지하지 못한다면 어떤 대표가 3년짜리 단체협약을 체결하겠느냐'며 '그나마 노조법 개정 과정에서 경영계에 유리한 사항이라고 넣었는데 이마저도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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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 처 : 뉴시스
작성일 :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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