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가 다면평가에서 일정 점수에 미달할 경우 승진에서 제외하는 이른바 '다면평가 허들제'를 도입하고 평가 결과를 근거로 직원을 승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평가항목이 추상적인 데다 객관성ㆍ공정성이 결여돼 다면평가 점수만으로 승진을 원천적으로 제한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이호철)는 지난 9일 부산도시공사 재직자 A 씨가 공사를 상대로 낸 승진 대상자 제외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면평가'에 발목 잡혀 승진 못해…"회사가 재량권 남용" 소송으로
공사는 2023년 '다면평가 운영 지침'을 개정해 다면평가 점수 미달 시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는 다면평가 허들제를 도입했다. 다면평가 허들제는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A 씨는 2026년 1월 1일 자 공사 정기인사에서 6급 승진 대상자에 올랐다. 그러나 공사는 승진 대상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다면평가에서 A 씨가 10점 만점에 6.702점을 받아 기준 점수인 7점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A 씨를 승진 대상자 명단에서 제외했다.
승진에서 탈락한 A 씨는 공사의 승진 대상자 제외처분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다면평가 지침을 개정해 다면평가 허들제를 도입한 것은 상위 규범인 공사의 인사규정의 위임범위를 벗어나 무효"라며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다면평가 결과만으로 승진에서 배제한 것은 회사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인사규정 위반에 객관성도 부족"… 법원, 승진 배제에 '제동'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다면평가 허들제가 공사의 인사규정 위임범위를 벗어나 효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법원은 "다면평가 점수가 7점 미만이라는 이유만으로 근무성적 등 다른 평정 결과와 무관하게 승진 후보에서 완전히 배제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며 "이는 다면평가를 10%만 반영하도록 한 공사의 인사규정에 반하고 상위 규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다면평가 방식도 문제라고 봤다. 전 직원이 평가에 참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지고, 평가지표 역시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은 "공사는 다면평가 평가위원을 '일반직 전 직원'으로 정하고 있어 같이 일해본 적 없는 직원까지도 평가에 참여할 수 있고, 평가위원의 선택에 따라 일부 피평가자에 대한 평가를 생략할 수 있어 평가위원의 구성에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평가항목도 기획창의력, 추진력, 이해판단력, 표현력, 주인의식, 도덕성 등 추상적인 항목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 어떤 등급으로 평가할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전혀 정해져 있지 않다"며 "평가 과정이나 결과가 객관적이고 공정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는 다면평가 결과만을 근거로 승진대상자에서 아예 제외하는 것은 합리적인 승진임용 기준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결국 법원은 "공사가 이 지침을 근거로 A 씨를 2026년 상반기 정기인사 6급 승진대상자에서 제외한 처분은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ㆍ남용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최종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