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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징계사유 일부 부정돼도 비위 무겁다면 징계 정당”

원심 파기환송…“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 타당성 충분하면 기존 징계 유지”

박정현 기자 | 2026.09.14

파일 다운로드N202610_62이슈_법률_대법_징계사유_일부_부정돼도_비위_무겁다면_징계_정당.pdf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뉴시스)
 
여러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된 징계사유의 비위 정도가 무겁다면 기존 징계처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위 사실의 중대성과 내부 징계양정 기준에 비춰 정당성이 인정된다면 징계권자의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3일 부산경찰청 소속 경사 A 씨가 부산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엇갈린 1ㆍ2심…2심 "재량권 남용, 강등 취소해야"

부산의 한 경찰서에서 일한 A 씨는 2023년 ▲부적절한 언행과 품위손상 ▲지시 명령 위반ㆍ민원 취소 강요 ▲후배 경찰관에 대한 갑질 ▲개인정보 부당 취득 ▲근무태만 등을 이유로 강등처분을 받았다.

A 씨는 신고인에게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비아냥거렸고, 직속 상관의 연락 금지 지시에도 민원인에게 20여 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 민원 취소를 요구했다. 후배 경찰관과의 언쟁 도중엔 "다른 사람도 날려버렸다, 너도 날려버리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A 씨는 교통사고 신고를 처리하며 알게 된 외국인 여성의 연락처를 사적으로 연락할 목적으로 넘겨받았다. 근무시간 중 순찰 구역 내 카페를 찾아가 카페 주인에게 애정 고백을 한 사실도 징계사유에 포함됐다.
 
강등처분에 불복한 A 씨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부산경찰청장을 상대로 강등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모든 징계사유가 인정된다며 강등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일부 징계사유의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을 뒤집었다.
 
2심은 다섯 가지 징계사유 중 '부적절한 언행과 품위손상', '후배 경찰관에 대한 갑질'의 경우 증거가 부족하다며 징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상사 지시에도 불구하고 민원인에게 연락한 행위와 개인정보 부당취득, 근무태만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봤다.
 
2심은 이를 근거로 "인정되는 징계사유만으로는 A 씨의 비위행위가 강등에 이를 정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강등처분은 그 비위행위의 정도에 비해 균형을 잃은 과중한 징계로서 비례의 원칙에 위배돼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했다"고 보고 강등처분을 취소했다.
 
대법 "지시 명령 위반ㆍ근무태만 비위 무거워"…원심 파기

대법원도 2심과 마찬가지로 부적절한 언행과 품위손상, 후배 경찰관에 대한 갑질은 징계사유로 삼기 어렵다고 봤다. 쟁점은 인정된 나머지 징계사유만으로 강등처분을 유지할 수 있는지로 떠올랐다. 

대법원은 인정된 징계사유만으로도 강등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 씨는 민원인에게 민원 취소를 요구하면서 20차례 이상 통화를 시도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며, 민원인이 연락하지 말라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음에도 계속 연락했다"며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무 위반 행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그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는 정직이나 강등처분을 할 수 있다"며 "지시 명령 위반, 민원 취소 강요만으로도 강등이 가능하고, 개인정보 부당 취득, 근무태만까지 인정돼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징계의결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A 씨는 근무시간에 카페 여주인의 거부 의사표시에도 불구하고 계속적, 반복적으로 접근해 고백함으로써 카페 여주인으로 하여금 성적 불쾌감이나 혐오감 등 심리적 고통을 느끼게 했다"며 "원심이 근무태만의 정도만 따져 의무위반의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본 것은 비위행위의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서 대법원은 일부 징계사유가 부정되더라도, 인정된 나머지 사유만으로 타당성이 충분하다면 징계처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다만 실제 소송 과정에서 어떤 비위 사실이 징계사유로 인정될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징계 단계에서부터 징계사유별로 증거를 철저히 갖춰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현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복수의 징계사유로 중징계를 의결할 때 소송에서 일부 사유가 부정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방법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최대한 상세한 자료들을 갖춰놓는 것이 좋다"며 "만약 징계사유가 5개라면 징계사유별로 해당되는 사실과 증거를 별개로 만들어 두는 것이 좋고 각각의 사례별로도 증거를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변호사는 "징계위원회 과정에서 일부 징계사유가 명확하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면 회의록이나 의결서에 '일부 징계사유를 제외하더라도 중징계 의결이 가능했다'는 점을 기록해 두는 것 역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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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노동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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