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당시 전면 재택근무가 종료된 서울 강남구 포스코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수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도입했다가 다시 사무실 출근 명령을 내렸다. 전 세계적인 재난에 불가피하게 도입했던 재택근무 '실험'이 막을 내린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재택근무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미래의 '재택근무'는 어떤 모습으로 나아가야 할까.
 
기업들 재택근무 잇따라 철회 "사무실로 복귀하라"
 
경기 침체 전망이 계속되자 재택근무를 주요 복지로 삼았던 우리나라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철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직원 재택근무'를 표방했던 쿠팡은 이달부터 각 부서에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무 성과와 인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쿠팡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주3일 사무실 출근, 주2일 재택근무' 원칙을 세워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장려한 바 있다. 팀 내 협의에 따라 부서별로 100% 재택근무가 가능하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과 글로벌 뷰티 기업 아모레퍼시픽 또한 재택근무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우아한 형제들은 2023년부터 100% 재택근무를 포함한 근무지 자율 선택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부터 주 1회 사무실 근무제를 도입했다. 오는 7월부터는 주 2회 사무실 출근으로 근무제도를 변경하겠다고 밝혔으며, 2028년부터는 주 3회까지 사무실 출근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모레퍼시픽 또한 내달부터 원격근무제를 중단한다. 임신 중인 직원에 대해서는 주 1회 재택근무를 허용하지만, 그 외의 직원들은 모두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
 
"생산성 보전 안 된다"…또다시 근태 전쟁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있는 흐름은 비단 국내 기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해외 주요 기업들 또한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있는 모양새다.
 
아마존은 코로나19가 끝나고 올해 처음으로 주5일 사무실 출근 정책을 시작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장점이 많다고 믿고 있었다"며 "팀원들이 사무실에서 더 쉽게 학습하고 우리의 문화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구글은 근로자가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 중 선택해 병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체제를 운영하다가 최근 "주3일 이상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으면 자발적인 퇴직이 유일한 선택지일 수 있다"는 강수를 뒀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는 직원들에게 "최소한 매주 평일에는 사무실에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이러한 사무실 복귀, 재택근무 축소 결정은 '높은 생산성'과 '효율적인 근태 관리'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사람인이 기업 355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재택근무 생산성 현황'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30.7%, 109개사) 중 45%는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밝혔다.

재택근무에 따른 어려움으로는 '직원 간 소통의 어려움'이 40.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업무 파악 및 계획 수립(35.8%) ▲위기, 이슈 발생 시 빠른 대응 어려움(32.1%) ▲성과, 실적 관리 어려움(29.4%) ▲근태 관리(29.4%) 등 순으로 답변이 이어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2년 매출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재택근무의 업무 생산성은 정상 근무 대비 80~89%에 불과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30.6%로 가장 많았다.
 
경총의 조사에 따르면 재택근무 생산성에 대한 기업의 평가는 2021년 대비 2022년에 더 떨어졌다. 2021년 조사에서는 '재택근무의 업무 생산성이 정상 근무 대비 90% 이상'이라는 답변이 40.9%였다. 그러나 2022년 조사에서는 '재택근무의 업무 생산성이 정상 근무 대비 90% 이상'이라는 답변이 11.9%p 하락해 29%로 나타났다.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면서 재택근무 생산성에 대한 평가가 하락한 것이다.
 
김동희 경총 근로기준정책팀장은 "기업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할 경우 구성원 간의 소통이 부족하고 사무실 출근보다 근무태만 등이 더 잦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군이 있고 불가능한 직군이 있는데, 이 두 직군 사이에 갈등도 고려하려다 보니 현장에서 재택근무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직률 낮추고 생산성은 그대로"
 
반면, 재택근무 실험을 통해 확인된 재택근무의 장점도 존재한다. 재택근무의 장점을 강조한 연구결과 나오면서 재택근무 빈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재택근무가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예상치 않게 대거 시행된 재택근무제 덕분에 기업의 생산성이 크게 올랐고, 앞으로도 순기능적으로 작용해 향후 전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IMF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직장인 한 명의 총 근로일수 가운데 25%가 재택근무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IMF는 "이미 자리를 잡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는 인공지능(AI)과의 결합으로 향후 글로벌 경제의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택근무로 근로자들의 업무 만족도가 높아져 이직률을 낮춘다는 보고 또한 이어졌다. 지난해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는 하이브리드 근무를 실시할 경우 이직률이 3분의 2까지 감소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스탠퍼드대ㆍ홍콩 중문대는 여행 예약 사이트 트립닷컴에서 2021년 8월부터 2022년 1월까지 1612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한 그룹은 주5일 사무실 출근을, 다른 그룹은 주2일 재택근무와 주3일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두 그룹의 업무 생산성에는 차이가 없었으나, 이직률에서 차이를 보였다. 주5일 사무실 출근을 한 그룹은 이직률이 7.2%였지만, 하이브리드 근무를 실시한 그룹의 이직률은 4.8%를 기록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보나 업무 결과를 공유하는 것들은 충분히 화상회의로 가능하다는 것이 재택근무를 통해 증명됐다"며 "근로자의 만족도 등의 측면 또한 고려해 볼 때 국내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할지, 안 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재택근무를 얼마나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만족하려면? "노사의 공감ㆍ교육ㆍ합의"
 
전문가들은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상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재택근무는 '노사 합의'를 통해 만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근로자와 관리자 사이에 재택근무 계약을 별도로 체결한다. 계약 전에는 근로자와 관리자가 함께 의무적으로 재택근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이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로 기업의 필요에 의해, 기업의 주도로 재택근무가 도입ㆍ시행되고 종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노사가 서로 재택근무 필요성에 공감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 없이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종료하는 것이다.
 
권상집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국내도 구성원과 기업이 서로 재택근무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합의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재택근무의 효과와 장점 및 단점에 대해 학습하고 교육을 받은 후 재택근무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현재 국내의 가장 큰 문제는 재택근무를 도입했을 때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본 학술연구가 전무하다는 점"이라며 "재택근무가 피할 수 없는 미래인 만큼 기업, 학계, 구성원들의 깊이 있는 논의와 분석이 필요하고, 이러한 분석을 통해 재택근무가 도입된다면 실효성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근로시간과 근로장소의 선택권을 폭넓게 요구하는 만큼 재택근무는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재택근무의 비율을 정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합의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노사 간의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axs@elab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