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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HR Insight | 2021.09.14

<전략> 기업 내에서의 성 다양성, 어떻게 실현시켜야 할까?


한국경제신문이 2021년 6월 국민 747명을 대상으로 성 갈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86.6%는 "한국 사회의 남녀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1(32.3%)은 대한민국에서 성 갈등이 앞으로도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런 성 갈등에 편승해 유승민 전 의원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주장했고 여기에 하태경 의원, 이준석 대표가 동조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여가부가 여성과 남성 간 젠더 갈등을 더 키우는 장본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실은 다르다. 기업과 조직에서는 고위직과 임원급에 이를수록 성차별이 심각하고, 군대, 종교 등 사회의 각 영역에서도 승진, 임금, 처우 등에서 보이지 않는 심각한 차별이 실재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OECD 평균에 비춰봐도 경쟁력이 턱없이 떨어진다. 이런 현실을 인지하는 사람들은 정치인들 주장이 오히려 성 갈등을 부추기는 포퓰리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성 협업과 성 통합의 목적함수가 필요

이대남, 이대녀로 돌출된 문제들이 실제 여가부와는 상관이 없음에도 여가부가 욕을 먹는 이유가 있다. 여가부가 시대의 요구를 반영해 성에 관한 적절한 목적함수를 진화시키는 데 실패한 것이다. 여가부는 여성과 남성 간의 제로섬적인 성평등을 넘어서 플러스섬에 근거한 성 협업과 성 통합의 큰 목적함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했다. 이런 비전이 없는 상태에서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성을 범주적으로 이원화시켜놓고 이 범주의 한 편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듯한 정책이 성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으로 비쳤다. 

여가부에서 다루는 젠더가 교조적 페미니스트들의 전투용어로 편파적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해체적 실험을 할 시점이 됐다. 젠더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에게도 중요한 이슈이다. 현대적 의미의 젠더를 여성과 남성, 두 성으로만 한정해 보는 학자는 없다. 젠더에는 전통적 남성과 여성을 넘어 다양한 범주의 N젠더가 함축되어 있다. 남녀 갈등이 아니라 N젠더간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도록 젠더 이슈가 새롭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

성 통합이란 공동의 목적에 다양한 성이 차별적으로 이바지하는 협업을 전제한다. 협업을 통한 차별적 기여를 만들어내고 기여에 대한 평가에서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성과 상관없이 개인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여가부의 목적함수이다. 

20세기 초까지도 영국은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주지 않았다. 의회는 남성만으로 채워졌고 모든 법률은 남성을 위한 법률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당시 여성 운동의 선각자였던 에멜린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 여사가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달라"고 시위하기 시작했다. 팽크허스트는 1908년에서 1914년까지 13번이나 투옥됐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14년 제1차 대전이 발생했고 영국의 많은 젊은 남성들이 죽어나갔다. 전쟁에 패배한다면 영국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를 직시하고 팽크허스트는 목적함수를 여성의 참정권 쟁취에서 영국의 생존으로 바꾸었다. 목적함수를 바꾼 후 팽크허스트 여사는 참정권 쟁취 투쟁을 잠시 접어두고 전쟁에 나가서 희생하는 남성들을 돕기 위해 여성들도 군수물자를 만들자는 캠페인을 주도했다. 전쟁이 연합군 승리로 끝나자 영국 정부는 여성들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1918년 3월 의회에서 여성들의 참정권을 비준했다. 13차례나 투옥되면서도 해결할 수 없었던 여성의 참정권을 목적함수를 바꿈을 통해 해결한 것이다.



 기업 내의 성 다양성 이슈



기업 내에서 성 다양성의 문제는 여성에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유리천장을 극복할 수 있는지의 문제이다. 유리천장을 극복해 여성 인력이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최대한 이바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내고 이 기여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게 하는지가 핵심이다. 

회사에서 성 다양성에 관한 문제는 진입단계보다는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심각해진다. 진입단계에서 성차의 이슈는 줄어들었으나 회사 의사결정 구조의 정점을 차지하고 있는 상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성차는 점점 심해진다. 여가부의 2020년 여성임원 비율 조사에 따르면 2148개 상장기업에서 여성임원이 있는 기업은 33.5%에 불과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2022년 8월부터는 총액 2조원 이상의 주권상장기업은 최소한 1인 이상의 여성 등기이사를 포함해야 함에도 이것을 충족하고 있는 기업은 50%에 못 미친다.

기업에서 다양한 가족친화제도와 워라밸 제도를 도입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여성임원할당제, 임금공시, 고용률 개선 등으로 신경을 쓰고 있음에도 고위 직급에서의 성 다양성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기업이나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더 다양하고 강력한 제도를 강제하지만 유리천장은 난공불락이다.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라는 파이프라인을 막는 결정적 요인이 돌봄과 양육의 사회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돌봄과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아직도 여성들이다. 유리천장을 깰 능력이 있는 여성들이 경력상 결정적인 시점에 경력단절을 경험한다.

임금격차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CXO연구소의 국내 30대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보면 1999년에서 2019년까지 여성의 보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999년 여성은 남성임금의 65.8% 정도를 받았던 반면 2019년에는 66.7%로 0.7% 개선됐다. 2020년 상반기 기준으로 남성의 월평균 임금은 325만원인 반면 여성은 207만원에 그치고 있다. 2019년 OECD 기준으로 성별 간 임금 차이는 32.5%이다. OECD 참여국 중 차이가 가장 심각하다.



 여성 리더십 전략



소위 진화심리학자들은 성 다양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도적 노력에 제동을 걸고 나서고 있다. 이들이 자주 인용하는 연구가 성평등의 역설이다. 이 연구는 성평등이 제도화된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에서 여성과 남성의 직업분포를 보면 전통적으로 여성의 직업군으로 분류된 선생님, 돌봄 서비스, 공무원 등의 직업에 여성이 몰리는 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심각하다고 보고한다. 이들은 남성과 여성 간에는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데 이것을 무시하는 성평등 제도는 성 고착화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실제 성평등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어도 제도의 편익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여기서 생긴 여력을 자발적·주체적으로 성 다양성 문제 해결에 할애하지 않는다면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이 맞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문제는 성 다양성을 신장시키려는 여성들의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됨에도 이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업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받아들여진 여성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 

여성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기업이 정한 사명과 목적을 실현하는 일에 대한 기업과의 파트너십이다. 회사의 전략적 파트너가 될 여성 리더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싶다.

첫째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원리다. '이겨놓고 싸우라'는 조언이지만 따지고 보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원리에 대한 조언이다. 세상은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리더로 서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 칸 더 깊숙이 들어가서 보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안목을 가진 사람이 진짜 리더다. 기업은 협업의 산물이다. 진 사람들이 적이 되어 협업에서 떨어져 나간다면 실패한 리더다. 남성들 사이의 싸움도 마찬가지지만 여성이 싸워서 남성을 모두 적으로 제거한다면 이 회사가 생존할 개연성은 전무하다. 

펩시의 중흥을 이끌었던 여성 CEO 인드라 누이는 회사가 자신을 CEO로 지명하자 가장 먼저 자신의 경쟁자였던 남성 임원에게 찾아가 일주일 동안 같이 휴가를 지내며 회사를 떠나지 말라고 설득했다. 둘은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 펩시의 중흥을 만들어냈다. 

둘째는 기업이 설정한 목적을 살려내서 목적을 최고의 지원군으로 만들라는 조언이다. 지금과 같은 초연결시대 회사의 차별적 경쟁력은 회사가 사회에 약속한 목적과 사명을 비즈니스 모형에 녹여내는 일이다. 차별적 경쟁력의 목적함수가 이윤과 단기적 성과에서 목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최고의 우군은 회사의 목적과 사명에 대한 믿음이다. 개인 리더에 대한 충성을 넘어 목적과 사명을 최고의 지원군으로 생각할 때 조직은 이 여성 리더를 'CEO(Chief Enabling Officer)'로 단련시킨다. 여성 리더로서 경쟁해야 할 대상은 남성이 아니라 어떤 이유로든 이윤이라는 단기적 목표에 기대어 회사의 목적과 사명에 사망 선고를 내리는 사람들이다.

셋째는 끝까지 버티라는 조언이다. 임원이 되어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을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여성과 사회적 배경이 없는 후배들에게 사다리를 제공할 수 있는 특권이 생긴다. 회사는 유리천장을 깨고 임원이 된 여성들을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라고 믿고 이들에게 특별 신용점수Idiosyncratic credit를 제공한다. 이 신용점수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회사에 대한 건의와 불만을 이야기해도 문제로 삼기보다는 이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인다.

권력은 뺏는 것이 아니라 기여로부터 온다. 이 크레딧을 이용해서 자신이 여성임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불공정한 일들을 당했는지를 거론한다면 당연히 회사는 개선에 나선다. 반대로 이런 신용점수가 없는 사람이 불만을 이야기하면 회사는 불평 불만자로 낙인찍는다. 

여성으로 임원이 되었다는 것은 유리천장의 불공정성을 개선해달라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는 신용점수를 얻은 것이다. 자신의 희생적 노력으로 후배들을 위해 사다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된 것이다.

CEO까지 버틸 수 있다면 회사의 문화와 일터라는 운동장을 설계할 수 있는 지위를 획득한다. 회사를 성별을 떠나 개인의 능력과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가며 인간답게 일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 것이다. CEO가 되었다는 것은 여성과 남성이라는 성 범주를 초월해 자신을 포함한 종업원이 한 조직의 구성원이자 한 인간으로서 충분히 헌신해 회사의 미래에 더 나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더 높은 곳에 더 평평한 운동장을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받은 것이다. 

유리천장을 깰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리더들이 버텨서 회사의 전략적 파트너로 거듭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이 버텨야 하는 이유는 자신의 영예를 넘어 후배들에게 사다리를 만들어주고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 이 포스팅은 <월간 HR Insight> 2021년 8월호 기사를 재편집해 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Posted by 윤정구 교수 (이화여대 경영학과)



 

출처 | 월간 HR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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