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 2019-07-05

EU 전문가 패널…“국제사회에 오명” 이미지 실추 불가피

4월 방한 EU "평판에 큰 손상 입게 될 것" 경고
무역제재 가능성엔 노동계·경영계 이견 존재
정치권 본격 논의 시작돼도 정쟁 대상 될 수도 
 
출고일자 2019. 0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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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세훈 기자 = 우리 정부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해 온 유럽연합(EU)이 무역분쟁 해결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패널 소집'을 공식 요청해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LO는 각 국과 맺은 189개 협약 가운데 8개를 '핵심 협약'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중차별과 아동노동을 금지하는 4개 항목만 비준하고,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에 관련된 4개 항목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EU가 지난해 12월 중순 한국에 분쟁해결 절차를 요청한 것은 FTA 상대국 중 처음있는 사례였다. 
 
게다가 EU가 무역분쟁 해결절차 마지막 단계인 전문가 패널을 소집한 것도 FTA 상대국 중 첫 사례다. 세계 10위 수준의 경제 규모에도 노동권은 국제적 기준에 함량 미달로 '노동후진국'이란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분쟁 해결절차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하는 것과 FTA 내에서 하는 것이 있다"며 "(전문가 패널의) 권고 사항은 각국에 구속력이 있게 된다. 해당되는 나라의 평판에도 큰 손상을 입게 된다"고 밝혔다. 

EU의 직접적인 무역제재로 이어질 것인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간 의견이 엇갈린다.  

 FTA 노동조항에 직접 근거한 특혜관세 철폐 등의 무역제재 조항은 없다.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하 다양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법적 의미의 제재는 불가능하지만, 정치적 의미의 제재는 어떤 형태로든 다양하게 가능하다"며 "EU가 강하게 나올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 경제 보복을 감행한 것을 예로 들어  EU가 무역 외 분야에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EU가 한국을 본보기로 삼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U·일본 FTA에도 우리와 같은 조항이 있는데 일본은 2개 협약이 미비준 상태다. EU가 향후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강하게 압력을 행사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달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무역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규정상 없지만, 그 외의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U의 직·간접적인 압력이 이어질 경우 국제시장에서 서서히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 주최로 열린 ILO 토론회에서 "우리나라가 수출주도 국가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ILO과의 관계나 노동권을 떠나서 나라 경제와도 직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비준하지 않았을 때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 단체들은 실질적인 무역제재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을 포함한 재계는 '전문가 패널의 권고는 권고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무역보복조치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ILO 핵심협약 비준이 미뤄져도 보복조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입장문을 통해 "보복조치로 우리 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주장은 한-EU FTA 협정문에 대한 법적·논리적 기본구조에 대한 근거가 미약한 것"이라며 "보복조치 주장은 과장되고 선동적인 추측에 가깝다"고 밝혔다.  

경영계 주장대로 당장 무역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노동후진국'이라는 국가이미지 실추와 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치권이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정부는 지난 5월22일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비준동의안과 3개 핵심협약에 대한 법률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를 목표로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노사의 공감대 형성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로선 노사 간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데다 여야도 서로 등을 돌리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 정국으로 가고 있는 정치권은 ILO 문제에 서두를 생각이 없어 정부가 목표하는 대로 9월 정기국회 처리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회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가 질질 끌다가 추진하는 것이라서 모양새가 좋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 오명을 떨칠 방법은 이 방법 밖에 없다"며 "정치권이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치권 논의 과정에서 새로운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정당의 정체성도 드러난다. 새로운 정치적 쟁점으로 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정쟁 대상으로 삼지 않고 따로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kangse@newsis.com

출처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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